미완성의 아름다움, 남산예술센터에서 서치라이트 공연 선보여

남산예술센터, ‘서치라이트’ 8개 작품 13일부터 선봬

기자명: 조민경   날짜: 2018-03-05 (월) 20:09 9개월전 236  
(보건의료연합신문=조민경 기자) 2018년 03월 05일 -- 서울문화재단(대표이사 주철환) 남산예술센터가 아직 미완성인 공연의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무대인 <서치라이트(Searchwright)>를 3월 13일(화)부터 23일(금)까지 주말을 제외한 8일 동안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다. 

<서치라이트>는 남산예술센터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모 프로그램으로,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는 리서치부터 리딩과 무대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전 단계를 수용한다. 이는 완성된 작품이 있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존의 공연 형식과는 달리, 미완성의 공연과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무대 언어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관객과 상호 공유하며 그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. 신작을 준비하는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공모를 진행했으며 접수된 총 76편의 작품 중 최종 6편을 선정하고 극장이 기획한 2편을 추가했다. 희곡 낭독 공연 4편, 쇼케이스 3편, 리서치 1편 등 8편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. 

프로그램 첫날 관객과 만나는 작품 ‘7번국도(작 배해률/연출 구자혜, 13일)’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‘초고를 부탁해’를 통해 발굴된 작품이기도 하다. 신진답지 않은 안정된 필력과 구성력을 보여주는 배해률 작가가 쓴 첫 번째 장막 창작 희곡으로, <킬링 타임>, <commercial, definitely>, <일회공연> 등을 공연한 극작가이자 연출가 구자혜와 배우들이 선보일 입체적인 낭독 공연이 기대를 모은다. 

우리 사회와 연극의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현실에 만연한 사회적 젠더 규범에 질문을 던지는 두 편의 쇼케이스도 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. ‘이러지도저러지도어데로(작 김병건/연출 박근형, 14일)’는 극단 골목길의 배우 김병건이 쓴 첫 희곡으로, 인권을 가장한 폭력에서 출발해 사회적 갈등에 대한 개인의 목소리와 인권,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의 모순성을 드러낸다. 주로 극단 골목길에서 작품을 쓰고 연출해온 박근형이 극단 배우의 첫 희곡을 쇼케이스로 올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. ‘밤이 되었습니다(연출 김지은, 프로젝트 XXY, 20일)’는 거리 곳곳에서 선보였던 기존 작업 <젠더 트렌지션(Gender Transition)>을 발전시켜 극장 버전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. 마피아 게임의 형식을 빌어 페미사이드(femicide)가 이루어지는 현 사회에 질문을 던지며 특정 젠더이기 때문에 혐오 당하는 ‘젠더사이드(Gendercide)’에 주목하며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 받는 ‘타자사이드’까지 확장한다. 

무대와 연극, 관객 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실험적인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. 공연 예술에서 정보 전달의 기능으로 주로 사용되었던 자막을 연극의 중요 요소로 리서치해 토크 테이블 형식으로 발표하는 ‘본 공연은 자막이 제공됩니다.(참여 작가 WHATSUB : 김지나, 허영균, 목소, 15일)’는 공연의 미학적, 시청각적 상상을 돕는 재료로서 자막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.

‘인간설명서(작 김혜윰/연출 하수민,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, 16일)’는 시골산속 ‘인간설명서’라는 암각화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와 인간을 설명해보고자 저돌적인 질문과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다. 모든 물건에 설명서가 있는데 인간을 설명하는 문서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작가와 연출은 낭독 공연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결말을 관객들과 함께 상상한다. 

6편의 공모작 외에 기관 및 지역과의 협력으로 기획 프로그램 2편을 소개한다. 벽산문화재단과 협력해 지난해 제7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‘강철로 된 무지개(작 이중세/연출 이철희, 코너스톤, 22일)’를 낭독 공연으로 선보인다. 2048년 연방제로 통일된 평양과 2017년 현재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자본주의와 인간의 탐욕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. <조치원 해문이>로 제4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배우이자 작가, 연출인 이철희가 연출을 맡고, 강명주, 김문식, 유병훈, 정선철, 김광덕, 이기돈, 이봉련, 우정원, 황선화, 이기현 배우가 출연한다. 

마지막으로, 인천시립극단에서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극 개발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인 ‘너의 후일은(작 이양구/연출 강량원, 3월 23일)’을 낭독 공연으로 소개한다. 이 프로그램은 남산예술센터와 인천시립극단과의 서울, 인천 지역 간 협력으로 이루어졌다. 1884년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번 <서치라이트>를 통해 남산예술센터에서 인천시립극단 배우들과 함께 낭독 공연을 선보여 무대화 가능성을 점검하고 4월 중 인천 지역에서 공연으로 올릴 예정이다. 

지난해 <서치라이트>에서 선보인 이후 무대화로 이어진 작품은 총 5편이다. 장면 시연과 함께 관객들과 치열한 공개 토론을 펼쳤던 ‘창작집단 극과이것’의 ‘마지막 황군(작/연출 강훈구)’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서울청년예술단 사업 지원을 받아 성북문화재단 복합문화공간에서 공연했다. 공연이 소비되는 극장에 주목해 극장이 갖고 있는 기능과 장치를 리서치한 ‘Turn leap: 극장을 측정하는 작가들’도 지난해 12월 문래예술공장에서 전시와 공연으로, ‘25시-극장전’은 제18회 서울변방연극제에서 25시간 릴레이 퍼포먼스로 선보였다. ‘처의 감각’과 ‘두 번째 시간’은 낭독 공연으로 선보인 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아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. 

주철환 대표이사는 “남산예술센터는 동시대 창작자들의 내밀한 아이디어에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예술가, 극장, 관객과 기획자가 모두 공유하면서 작품을 다각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”이라며 “미완의 희곡, 미정의 공연이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객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”고 말했다. 

<서치라이트>에 참여하는 공연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예매할 수 있다. 평일 8시 공연이며 중학생 이상 무료 관람이다.